[메모리반도체] DRAM 치킨게임의 역사

지금이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DRAM의 1위와 2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DRAM을 먼저 개발한 건 인텔이다. 1970년 DRAM을 처음 선보이면서 인텔은 메모리 반도체의 선두주자였다. 이후 일본의 도시바, 후지쯔, NEC 등의 일본 기업이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 진출하여 정부의 지원을 받으며 출혈경쟁을 하였고 1985년 인텔은 DRAM 사업에서 철수하게 된다.

 

삼성전자의 시작(80년대)

삼성전자가 처음 DRAM 사업에 뛰어든 1983년 당시에는 일본의 메모리 반도체 기업들이 전 세계 DRAM의 70%를 점유하고 있었다.  경쟁자를 끌어내리기 위해 일본의 기업들은 저가 물량 공세를 펼쳤고 1984년 4달러 수준이던 64K D램 가격은 폭락을 거듭해 1985년 중반에 30센트까지 떨어졌다. 그로 인해 인텔은 메모리 사업에서 철수했다.

 

1983 ~ 1986년까지 삼성전자의 누적적자는 2000억 원에 달했다. 제품을 하나 팔 때마다 1달러 40센트를 손해보고 팔았다. 하지만 삼성전자의 이병철 회장은 생산라인 증설을 강하게 밀어붙였다. 당시 임원들 사이에서는 이병철 회장을 말려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돌았다. 1987년 3라인 착공 지시를 내리고 그해 11월 타게 한다.

 

일각에선 이 회장의 영면과 함께 3라인 건설이 중단될 것이라는 추측이 나돌았다. 심지어 반도체 사업이 중단될지 모른다는 말도 나왔다. 신임 이건희 회장은 반도체 사업을 더욱 과감하게 밀어붙였다. 사실 이병철 회장에게 3라인 건설을 설득한 사람이 이건희 회장이었던 것이다.

 

1986년 인텔의 철수 이후 미국은 일본에게 저가형 반도체 수출 금지 등을 담은 "미일 반도체 협정"을 맺게 된다. 이로 인해 일본 업계의 반도체 투자가 주춤했다. 인텔 등이 DRAM 사업에서 철수하여 공급 공백이 생겼고 반도체 가격은 급등했다. 1988년 삼성전자는 DRAM 사업부문에서 3,000억 원의 이익을 얻는다. 그동안의 적자를 모두 보전하고도 남는 돈이었다.

 

일본 반도체의 몰락(90년대)

1986년 미일 반도체 협정 이후에도 일본의 메모리 반도체 기업은 여전히 잘 나갔다. 저가형 메모리 시장에서 삼성전자가 일부 이익을 가져가기는 했지만 일본의 기업들은 견고했다. 특유의 장인정신을 바탕으로 일본은 고급형 한국은 저가형 시장에서 강점을 보였다.

 

80년대 후반부터 시작된 퍼스널 컴퓨터의 보급은 DRAM 산업의 새로운 전환기가 되었다. 지금까지 DRAM은 슈퍼컴퓨터 같은 고가 컴퓨터의 부품이었다. 개인용 컴퓨터의 시대가 되자 가격 경쟁력이 중요해졌다.

 

일본 기업들의 점유율은 92년을 기점으로 빠르게 내려가기 시작하였다. 그 빈자리를 대한민국의 삼성전자가 차지하였다. 일본 반도체 기업의 몰락에는 여러 말들이 있지만 시장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게 가장 크다. 시장 트렌드가 품질에서 가격 경쟁력으로 넘어갔기 때문이다.

 

1차 치킨게임 키몬다 파산(00년대)

2007년 대만 D램 업체들이 앞다퉈 생산량을 늘리며 제1차 치킨게임이 발발한다. 대만 업체를 필두로 반도체 업체들은 극단적인 가격 인하 경쟁에 나서고, 글로벌 금융위기까지 겹치면서 DRAM 가격은 10분의 1 가격으로 폭락한다. 2년가까이 지속된 치킨게임은 결국 2009년 독일의 키몬다의 파산으로 마무리된다. 치킨게임이 정점으로 치닫던 2008년 3분기 삼성전자 반도체 총괄만이 2,400억 원의 흑자를 냈을 뿐 다른 업체는 모두 수천억 ~ 수조 원의 적자를 봤다.

 

2차 치킨게임 엘피다 파산(10년대)

2010년 들어 대만과 일본 기업들이 다시 생산설비에 대한 투자와 증산을 선언하면서 2차 치킨게임이 발발한다. 속절없는 D램값 하락으로 이번에는 일본의 D램 업체인 엘피다에 빨간불이 켜졌다. 당시 D램 시장 점유율 3위(16.2%)였던 엘피다(일본)는 5분기 연속 적자에 파산한다. 엘피다의 경영권은 미국의 마이크론(Micron)에게 넘어갔다.

 

최근 점유율 현황(20년대)

메모리 반도체 시장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으로 대표되는 BIG 3로 재편된 이후 이전처럼 출혈경쟁은 없다. BIG 3는 꾸준한 투자를 지속하여 진입장벽을 높이고 최근에는 메모리 반도체에도 EUV(포토레지스트 공정)을 도입하여 미세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2017년 비메모리 사업에 진출을 선언한다. 메모리 반도체의 일인자는 이제 또 다른 사업에 진출하여 새로운 면모를 보여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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